재잘재잘+ㆀ/'사랑이사랑에게'

풍선장식을 해주는 남자 편

miniwind 2006. 8. 20. 20:11

아마도... 밤 12시30분 쯤일 겁니다..
SBS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에 나오는 코너예요..  사랑이 사랑에게...
요즘 자기전에 꺼짐예약해 놓고 라디오를 듣거든요...   듣고 있으면 꼭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의 마음이 된 것만 같이 느껴지게 만듭니다...  기쁜 얘기도 있고 우울한 얘기도 있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가끔씩 올릴께요...


세상이 그렇게 넓게만 느껴지더니,
오늘에야 왜 세상이 좁다고 하는지..알겠습니다.
그녀를 봤어요.

헤어진 후, 한 번도 만나지지 않더니..
그녀와 자주 다니던 곳을 아무리 쏘다녀도 만나지지 않더니..
이젠 마음을 접으라고, 하늘이 내게..그녀를 보여주었나 봐요.
결혼할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를..그래서 보여준 거겠죠.

오늘 강남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친구가 결혼을 했어요.
오후 두 시 예식이었는데, 제수씨가 신부 대기실에 헬륨 풍선을 띄우고,
바닥을 풍선으로 깔고 싶다고 해서, 제가 선물을 해 주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이 풍선 아트인데, 축의금을 풍선으로 대신한 셈이죠.

일찌감치 예식장에 도착해서 지하 주차장에서 풍선에 헬륨 가스를 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풍선을 조심스럽게 신부 대기실로 옮기고 있는데,
예약실 앞에서 나도 모르게 시선이 정지됐습니다.
상담원 앞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남자와 여자..분명 그녀였어요.
옆모습만 살짝 보였지만...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담원이 멍하니 서 있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일어나 문을 닫아버리더군요.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래서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마음을 겨우 진정시키고 신부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음이 헬륨 풍선처럼 공중에 붕 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바닥이 온통 풍선을 깔릴 때 쯤, 신부가 긴 드레스자락을 들고 대기실에 도착했습니다.
엔틱 풍의 고급스러운 의자에 살포시 앉는 신부, 순간, 곧 그 자리에 앉게 될 그녀를 생각하니,
심장이 멈춰버릴 것만 같았어요.
예식이 끝나고 피로연 장소를 옮기면서 예약실 창문을 슬쩍 들여다봤는데, 그녀는 이미 가고 없었습니다.

피로연에 잠깐 들렀다가 또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에요.
작년에 프러포즈용 차량이벤트를 해주었던 고객인데, 올핸 작년 보다 더 맣은 풍선을 주문하고,
현수막엔  '결혼해줘서 고맙다' 라는 문구 인쇄를 부탁했습니다.
그때의 프로포즈가 성공한 거겠죠.

나도..그녀가 나보다 먼저 결혼해 줘서, 참 고맙습니다.
이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라고,
그래야 첫사랑 같은 새로운 사랑이 당신을 찾아온다고...

++ http://radio.sbs.co.kr/sweet/에서 담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