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A형이지?” 연습실에서 처음 그녀가 제게 관심을 보이며 던졌던 질문이 너, A형이지? 에요. “아니요...O형인데요...” 이렇게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사실, 그날 연습 내내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왜 A형처럼 보였을까, 소심하게 보였던 어떤 사건이 있었나, 그러면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느라구요. 이럴 때 보면, 저 조차도 제가 0형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혈액형 검사를 다시 해 봐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살면서 갑자기 혈액형이 바뀌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사랑도 어느 날 갑자기 딴 얼굴을 해 버리는 세상에 혈액형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나요? 뭐... 그녀는 작가에요. 이 번 창작 뮤지컬의 대본을 썼고, 그리고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