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잘재잘+ㆀ/'사랑이사랑에게' 5

A형처럼 보이는 O형 남자편...

“너 A형이지?” 연습실에서 처음 그녀가 제게 관심을 보이며 던졌던 질문이 너, A형이지? 에요. “아니요...O형인데요...” 이렇게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사실, 그날 연습 내내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내가 왜 A형처럼 보였을까, 소심하게 보였던 어떤 사건이 있었나, 그러면서 며칠 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느라구요. 이럴 때 보면, 저 조차도 제가 0형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혈액형 검사를 다시 해 봐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구요. 어쩌면, 살면서 갑자기 혈액형이 바뀌어버릴 수도 있잖아요? 사랑도 어느 날 갑자기 딴 얼굴을 해 버리는 세상에 혈액형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있나요? 뭐... 그녀는 작가에요. 이 번 창작 뮤지컬의 대본을 썼고, 그리고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죠..

화살을 쏜 남자편...

큐피트의 화살을 쏘긴 쐈는데, 과녁에 꽂히진 않고 계속 바람을 타고 날고만 있네요. 만나는 여자가 있긴 있는데, 누가 여자 친구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대답할 처지는 못 되고, 그렇다고 소개팅 하겠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됐다고 대답하게 되는..그런 애매모호한 관계에요.게다가 일은 왜 이렇게 점점 바빠지는 건지, 이벤트 회사에서 연출부를 하고 있는데, 그 때도 회사일 때문에 일이 엉망으로 되어버렸어요. 친구들까지 동원을 해서 몇날며칠을 설득한 끝에 그녀와 강원도로 휴가를 가기로 했는데.. 떠나는 날 아침에 갑자기 사장님이 전화를 해서는 제가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급한 일이 발생했다는 겁니다. 말이 사장님이지, 사실 대학선배이자 친한 형이거든요. 그래서 그녀와 그녀 친구들..내 친구들은 떠나고, 난 다시 짐 풀..

숫자에 약한 여자 편..

내가 원래 숫자에 약하거든요. 가끔 내 전화번호도 헛갈리니, 말 다 했죠. 근데, 근데 말이에요. 아무리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숫자가 있습니다. 그와 헤어진 날짜요, 오늘만 되면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서 바람이 통하는 것 같아요. 그 전날부터 이상 현상까지 일어난다니까요.어제는 식탁 위에 지갑을 두고 나간 것도 모르고, 글쎄,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출근을 한 거예요. 다행히 사정을 말씀 드리니까 송금해 달라고 하셔서 겨우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그런데 아직 요금을 못 보내드렸어요. 계좌번호 적은 쪽지를 어디에다 뒀는지 기억이 나야 말이죠. 아마 괘씸해하고 계시겠죠. 믿고 보내줬는데 말이에요.만약에요, 그가 혼자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말이에요, 그때 믿고 보내주지 않았으면, 그랬으면..헤어지..

번역하는 남자편...

저녁 7시40분발 기차를 오전 6시부터 역에 앉아 기다리는 일, 오늘부터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리는 일, 그런 건 힘들지 않아요. 정확한 시간만 정해져 있다면, 1년이 아니라 10년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 평생을 기다릴 수도 있어요.내가 가장 버티기 힘든 건, 견딜 수 없이 괴로운 건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기다림입니다. 하루 종일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휴대폰을 바꾸면서 번호까지 바꿔버렸습니다. 그녀를 향한 무모한 기다림을 끝내고 싶었거든요. 헤어지고 나니, 고 쬐그만 전화기가 나를 옭아매고 꼼짝 못하게 하더라구요. 혹시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그녀와 찍었던 사진을 보고 또 보고..그녀와 함께 한 순간순간이 다 떠올랐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름..

풍선장식을 해주는 남자 편

아마도... 밤 12시30분 쯤일 겁니다.. SBS FM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에 나오는 코너예요.. 사랑이 사랑에게... 요즘 자기전에 꺼짐예약해 놓고 라디오를 듣거든요... 듣고 있으면 꼭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의 마음이 된 것만 같이 느껴지게 만듭니다... 기쁜 얘기도 있고 우울한 얘기도 있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가끔씩 올릴께요... 세상이 그렇게 넓게만 느껴지더니, 오늘에야 왜 세상이 좁다고 하는지..알겠습니다. 그녀를 봤어요.헤어진 후, 한 번도 만나지지 않더니.. 그녀와 자주 다니던 곳을 아무리 쏘다녀도 만나지지 않더니.. 이젠 마음을 접으라고, 하늘이 내게..그녀를 보여주었나 봐요. 결혼할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를..그래서 보여준 거겠죠.오늘 강남에 있는 한 예식장에서 친구가 결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