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40분발 기차를 오전 6시부터 역에 앉아 기다리는 일, 오늘부터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리는 일, 그런 건 힘들지 않아요. 정확한 시간만 정해져 있다면, 1년이 아니라 10년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 평생을 기다릴 수도 있어요.내가 가장 버티기 힘든 건, 견딜 수 없이 괴로운 건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약 없는 기다림입니다. 하루 종일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휴대폰을 바꾸면서 번호까지 바꿔버렸습니다. 그녀를 향한 무모한 기다림을 끝내고 싶었거든요. 헤어지고 나니, 고 쬐그만 전화기가 나를 옭아매고 꼼짝 못하게 하더라구요. 혹시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그녀와 찍었던 사진을 보고 또 보고..그녀와 함께 한 순간순간이 다 떠올랐습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름..